하루

[일상] 2021년에 전기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텍사스

하냐NYA 2021. 2. 23. 14:36

정말 오랜만에 포스팅 올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텍사스에 엄청난 추위 강타했습니다. 전기와 물이 뚝! 끊기는 사태까지 났었어요. 정말 2021년ver. 투모로우를 찍었습니다. 2017년 휴스턴을 강타한 Hurrican Harvey 때는 전기가 끊겼지만 여름 날씨였기에 육체적으로 큰 힘듦은 없었는데, 추위는 정말 어마 무시했습니다. 영하 13도에 달하는 날씨 속에서 이불속에서 덜덜 떨 수밖에 없었어요.

 

 

따뜻한 이불 속

 

제가 지내고 있는 Fort Worth는 3/15 월요일 새벽 2시부터 전기가 끊겼어요. 아침에 얼굴이 쿠쿠다스마냥 추위에 깨질 것 같아서, 무슨 일인지 폭풍 검색을 해보니... 텍사스 주에서는 과도한 전기사용을 대비하기위해, 지역별로 나누어 전기 공급하기로 하는 어메이징 계획을 만들었습니다. A, B, C.. 지역으로 나누어서, 45분 전기 공급 + 15분 차단 이런 식으로 희망 회로를 돌리고 있었죠.

 


아니 근데.. 이게 머선일이고?!

 


분명 돌아가면서 사이좋게 사용한다는 전기는 해가 저물 저물 질 때까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일 때마다 손가락 마디마디도 하얗게 변화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죠. 저녁 안에는 전기가 들어올 것이라는 전기회사 말에 뇌하수체에서 행복 회로를 돌리며 ‘시간아 흘러라~’하고 기다렸어요. 하지만 역시나.. ‘미국에서 유선하는 서비스직군들이 하는 말은 믿는 게 아니야 ㅠㅠ’ 말을 되뇌며, 저녁의 시작을 이르게 맞이했습니다. (전기가 없어서 컴컴..)


아니.. 잠깐.. 뉴욕은 눈도 펑펑오고, '코로나가 뭐야?' 하며 하하호호 썰매 타면서 지내는데, 한파가 한 번 들이닥친 텍사스는 문명을 거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알고 보니, 텍사스 전력망은 오래된 역사가 있었어요.

 

출처 : ERCOT.com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모든 주들은 국가단위 전력연결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텍사스는 Oil & Gas 도시들로 뭉쳐졌기에, 전력 연결망을 거. 부. 하고 독립을 하였습니다. 미국은 나라가 커서 전력 품앗이를 할 수 있는 동서부 주들과는 다르게, 텍사스는 독고다이를 선택한 거죠. 결국 이번 한파로 인해 많은 발전설비들이 얼거나 고장 난 상황까지 닥치게 된 것입니다.

진짜 다이다이 뜰 뻔....

이런 역사를 듣고 한숨을 내쉬며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을 지냈지만, 인간은 문명 적응을 다운그레이드 시킬 수는 없었나 봅니다. 수요일 오후, 물마저 끊긴 상황을 인지하고 남자 친구 부모님 댁으로 피난을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얼마 전에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가 일어났던 터라 두려움을 안고, 조심조심 길을 떠났습니다. 다행히 옮겨온 지역은 5~6시간에 한 번씩 약 2시간가량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벽난로 앞에서 옹기종기 몸을 녹이다가, 전기가 팟! 들어오면 각자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휴대폰 충전, 밥통 버튼 누르기, 히터 가동, 파이프 녹이기.. 등 가뭄의 단비처럼 엄청 행복했어요. Fort Worth에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하와이에 온 기분이랄까...*'-'*

5일 동안 남자 친구 부모님 댁에서 꾀죄죄한 모습으로 동네 꼬질꼬질 양아치처럼 지내다가 Fort Worth에 왔습니다. 전기와 물이 다시 돌아온 집이 이렇게 감사할 수가 없더라고요! 땡큐.. 땡큐..! 고난의 한주를 겪은 것을 털어내고, 꾸준히 포스팅해보려 합니다. :-)